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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이란 말만 들어도
이정범  2022-08-08 05:39:24, H : 882, V : 2


   청년이란 말만 들어도

열흘 이상 계속되는 열대야다
그렇다고 달리기를 멈출 수는 없다
더우면 더운대로 더위에 맞춰 달려야 한다
천지가 내 쾌적한 달리기를 위해 날씨나 온도를 맞춰줄 리는 없고
내가 천지의 기후 변화에 적응하며 달리는 수밖에 없다

열대야가 계속되고
열대야에도 계속 달리다 보니
아침 26도 이상의 기온에도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가는 것 같다

오늘은 컨디션이 많이 회복되어
오래간만에 파틀렉 훈련을 해보기로 한다

주택단지 한 바퀴를 돌며 컨디션을 점검해보니
파트렉 훈련을 하는데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창곡천에 접어들어 내리막길을 속도를 내어 달려본다
LH사업본부 근처 화장실에 들러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세면대에서 목과 얼굴에 흐른 땀을 대충 씻으려하는데
이제 노년에 막 접어든 것 같은 내 또래의 남자가
화장실에 들어와 세면대 앞으로 오면서
느닷없이 웃음 띤 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청년이세요?”하고 한 마디 던진다

내가 청년이 아닌 것을 뻔히 알면서도
청년이냐고 질문 아닌 질문을 하는 의도가 궁금하여
그 노인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고 있는데
연이어 이번에는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곧바로 내 나이를 말하려 하다가
한 번 그 노인의 눈을 시험해보려고
내 나이가 얼마쯤 되어보이느냐고 되물으니
별 망설임없이 65세 쯤 되어 보인다고 한다

65세?
방금 전에는 청년이냐 물으면서 65세라니
나는 은근히 50대란 말이 나오리라 기대했는데^^

그래도 천만 다행이다
본래 내 나이보다 여섯 살이나 젊게 봐주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쯤은 섭섭한 표정으로(?)
壬辰生 용띠라고 하니 자기도 71세라고 한다

동갑내기여서일까
생면부지의 노인이지만 처음 보는 사람 같지가 않다
게다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내 또래 작은 키에 다부진 몸매의 평범한 얼굴을 가지고 있으니

나한테는 그가 생면부지인지 몰라도
어쩌면 그에게는 내가 생면부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창곡천에서 꽤 여러 번 스쳐 지나갔을 것이고
나는 걷고 있는 그를 아무런 관심 없이 지나쳐서
그의 얼굴을 몰라보겠지만
그는 달리는 나를 유심히 관찰해서
화장실에서 만나자마자 대뜸 청년이냐고
가벼운 농담의 말을 던졌을 것이다

창곡천 일대에서 운동하고 있는 내 나이 또래 중
허구한 날 달리는 나는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나같이 달리는 사람에게는 걷는 내 또래의 노인이
그저 걷고 있는 사람들 중의 하나로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몇 마디 가벼운 대화를 뒤로 하고
나는 다시 화장실을 나와 창곡천 일대와 휴먼링에서
예정한 대로 오래간만에 파트렉 훈련을 무사히 마쳤다

아무리 열대야가 계속되는 날씨라도
어제의 회복조깅이 며칠동안 이어져오던 지지부진하던 달리기에서
탈출하는 긍정적인 신호를 주었다면
오늘의 달리기는 화장실에서 만난 동갑내기의 말처럼
완벽하게 청년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일주일만에 만끽한 역동적인 달리기였다

동갑내기의 “청년이예요?”란 말 속에는
初老(?)의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청년처럼 달린다는 나에 대한 부러움의 마음과
청년처럼 달려도 되느냐는 나에 대한 걱정의 마음이
함께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내 멋대로 해석해본다
착각은 자유라 하니까^^

어쨌든 청춘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거리듯이
청년이란 말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말이다

나를 두근거리게 하는 것
나를 설레게 하는 것
나를 뜨겁게 하는 것
모든 낭만은
청춘 속에
청년 속에 다 들어 있으니

내가 달리기하는 시간이야말로
내 피가 가장 뜨거워지며
내 뜨거워진 피가
한계 이쪽에 나를
한계 저쪽의 나로 건너가게 하는
청년의 불타는 시간인도 모른다

ㅎㅎ
 (2022-08-09 08:38:46)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소주가 당기는 단어다.

같은 말이라도 청춘이세요! 하고
감탄하거나 말을 맺는 거와,
청춘이세요? 하고 의문을 던지는
것은 하늘과 땅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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