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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오전 8시가 되어 출발 시간! 스타트한다! 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나가지 않았다. 블록별로 웨이브 스타트를 하는 모양새. 먼저 S블록의 사람들이 출발하고, 그 다음에는 3, 4분마다 출발하는 형태, 출발할 때마다 DJ가 흥을 돋워주기 때문에(말은 잘 모르겠지만) 매번 신나게 놀 수 있었다.
그리고 D블록의 시작은 8시 18분. 꽤나 기다렸다. ㅋㅋ 72회째 풀코스 마라톤, D블록 선두에서 출발!
D블록은 3시간 50분 정도의 기록을 가진 사람들이 줄을 서는 위치다. 그래서인지 출발과 동시에 급하게 뛰는 사람은 별로 없다. 러너들의 혼잡을 막기 위해 맹렬히 돌진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앞쪽은 완전히 탁 트여 있어 달리기 편하다! 서울의 큰 도로가 러너를 위해 열려 있다! 이건 기분 좋다. 웨이브 스타트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건 괜찮다. 출발할 즈음에는 비가 그치고 가끔씩 비가 흩날리는 흐린 날씨였다.
5km를 지나면 첫 급수. 이 대회는 5km마다 급수대가 있다. 반드시 오른쪽에 급수대가 있는데, 처음 5테이블 정도가 물 급수대, 그 다음 5 테이블 정도가 포카리스웨트 급수대다. 알기 쉽다. 잘 받을 수 있는 타이밍에 맞춰서 서서 받으면 된다.
스펀지 보급대는 12.5km 이후 5km마다 있다.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 스펀지 인기는 없었지만 기분전환으로 딱 좋았고, 비교적 잘 이용했다.
화장실은 각 급수대마다 있다, 즉 2.5km마다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남자 개인실 2개, 여자 개인실 2개, 총 4개다. 전반부는 기본적으로 남자 화장실은 몇 명씩 줄을 서있었다.
자하 하디드 디자인의 DDP를 왼편으로 바라보며 달리는 전반전. 서울마라톤 전반부 코스는 굴곡이 심하다. 반환점이 많아서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개울을 사이에 두고 다른 길로 가기도 해서 기본적으로 일방통행 느낌으로 달릴 수 있다. 다만 7, 8km쯤 지나면 도로가 좁아져서 조금 막힌다.
근처에서 넘어진 사람도 있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휘말릴 뻔했지만 잘 피해 넘어지지 않았다. 처음 10km 52분 정도, 오늘은 아무래도 피로감이 있다.
생각해보니 3주 연속 달리기 대회에 참가했고, 2주 전에 도쿄 마라톤을 뛴 지 얼마 안 됐으니 어쩔 수 없다. 참고로 길가 응원에는 도쿄 마라톤 완주시 받은 수건 판초를 입고 응원하는 사람이 최소 5명 이상 목격했다. 역시 이웃나라답다. 도쿄 마라톤을 뛴 사람도 꽤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쓰레기인데, 사람들이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린다. 도로 전체가 쓰레기통 같은 분위기, 이건 일본과 문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식은 20km와 30km에 한 곳씩. 바나나와 초코빵 같은 것들이 제공되었다..
10km 정도에서 카페인 정제를 복용하고, 순조롭게 달렸다.
그런데 17km를 지나면서 이변이 일어났다. 오른쪽 신발 끈이 풀린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인도로 올라가서 다시 묶었다. 이런 일이 생기면 기분이 나빠지기 마련인데, 오늘은 왠지 괜찮았다. 다시 달리면 되지 않겠냐는 식이다.
전반을 1시간 51분 정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후반에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서브4도 가능할 것 같다.
길가의 응원도 꽤 많다. 끊기는 곳도 있어서 도쿄 마라톤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다. 일본의 응원보다는 해외의 응원이라서 그런지 활기찬 분위기다. “파이팅!” “파이팅!"이라고 외쳐주는 사람이 정말 많다. 뭐, 분명 한국어로 부르는 경우도 있겠지만, 잘 모르니 '파이팅'만 기억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번호표에 내 이름이 들어갔기 때문에 내 이름으로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기뻤다. 이제 일본인이라는 것을 알아봐주시는 건지, 일본어로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몇 분 계셨다. 기쁘다. 덧붙여서 함께 달리는 현지인 러너 여러 명이 나를 추월해가면서 “감바레(힘내세요!)”라고 일본어로 응원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입고 있는 티셔츠는 지난 주에 열린 베이후무 카사오카 마라톤에서 받은 티셔츠다. 뒷면 프린트에 일본어가 적혀 있었다. 고르지 못한 오카야마 사투리지만, 일본어라서 일본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페이스가 극도로 느려진다. 안 돼, 이러다 서브-4가 어렵다. 다리의 피로감이 심하다. 최대한 걷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배도 조금 고파져서 손에 든 젤리로는 대응할 수 없을 것 같아서 30km 지점에서 초코빵을 집어 주머니에 넣고 이동했다.
35km가 지나고 드디어 걷기 시작했다.
아까 잡았던 초코빵 같은 것을 입에 넣는다. 역시 세계가 자랑하는 롯데의 과자, 맛있다.(이 사람은 롯데를 일본 기업으로 생각하는 듯, 번역자). 하지만 침을 삼키며 다 먹어치웠다. 목이 말라오는데 역시 이건 마라톤에 어울리지 않는 영양식같다. 2km 정도 걷다가 다시 달리기 시작, 37km를 지나 큰 다리를 건넌다.
경치도 좋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기분 좋다. 피곤하지만 오늘은 달리는 게 즐겁다!
마지막 구간, 결승점인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넓은 도로를 달린다. 마지막 40km의 급수대는 무시하고 달렸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적어도 4시간1분대로 완주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무사히 완주! 손목 시계로 4시간 19분대. 제시간에 도착했다. 피니쉬는 서울에 대한 사랑을 담아 “사랑해요!”를 외치며 들어왔다.
서울마라톤은 제한시간 5시간이라 방심할 수 없다. 무사히 완주해서 다행이다. 달리면서 생각했는데, 중간에 관문(구간마다 제한시간을 두어 통과하지 못하면 강제 포기시킴)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인터넷으로 5시간 안에 완주하면 아마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서울마라톤 결과 속보는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RUNNET 같은 곳에서 러너스 업데이트를 찾으면 되지만, 해외에서는 좀 더 까다롭다. 참고로 이 URL은 친절한 분이 X로 알려주었다.
완주 후 먼저 포카리스웨트 페트병과 생수 페트병을 받는다. 그리고 완주 메달 담당자가 일본어로 “오메데토고자이마스!(축하합니다!)”라고 말해줘서 정말 기뻤다.
한일관계가 좋지 않다는 보도가 자주 나오지만, 개인적으론 한국에서 나쁜 일을 당한 적이 없다. 오히려 이렇게 일본어로 소통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국가 간에는 논의해야 할 것이 많겠지만, 개인 간에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수하물 회수는 매우 원활하게 대응해줘서 좋았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옷을 갈아입을 곳을 찾기가 힘들었는데, 차문 근처 지붕 아래에서 갈아입었다. 참고로 이 시간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지붕이 없어도 문제 없었다. 참고로 비가 오면 근처 지하철 안 같은 곳도 괜찮을 것 같다.
다리의 피로를 느껴 조금 걷기도 했지만, 4시간 19분대로 즐겁게 완주할 수 있었다. 지난달 오키나와 마라톤 이후 한 달 동안 4번의 레이스(그 중 3번은 풀마라톤)를 뛰었으니까. 잘했어, 수고했어 그렇게 자신을 위로한다.
이것으로 마라톤 겨울 시즌은 끝났다.
글 : 홀섬나이트(note 필명, 도쿄거주자, 개인pb 3시간 38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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