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3클럽 | 여성 | 울트라게시판 | 시사게시판 | 구게시판 | 홍보게시판 | 불량게시물신고

로그인

  몽골고비 울트라 마라톤 225km 완주기(3)  
박복진 조회 : 365, 추천 : 9

2018년 몽골고비 울트라 마라톤 225km, 메넹편 (3)

  아가야, 그렇다고 죽지는 않아 !

  이 말은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께서 생전에 나에게 남겨주신 만량 무게의 말씀이었다. 어린 나에게 너무나 거창해서, 너무나 힘들어서 혹은 너무나 막연해서 뚫고 나가기가 겁나 망설이고 있을 때 어머니가 나에게 해 주시던 말씀. 나는 이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살았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내던져질 때 마다 이 말씀을 꺼내 무기로 삼고 헤쳐 나왔다. 여권 발급에 6개월이 걸리던 시기, 둥그런 지구를 미처 생각 못하고 교실 벽에 걸려있던 평면 지도만을 믿고 해외에 나가서 겪은 시행착오. 산업화 초기의 온갖 역경을 딛고 해외로 나돌며 신발을 팔던, 미지의 세계에 발가벗겨 내동댕이쳐진 시기에 이 말씀 하나는 나에게 창이 되고 칼이 되었다. 배고픔에 한 덩이 주먹밥이 되었고 이역만리 낯선 공항 대합실에서 시차로 인한 수면부족으로 자꾸만 내려 가라앉는 무거운 눈꺼풀을 치켜 올려주는 마법이 되었다.

  지금껏 내내 살면서 지켜온, 그래, 그렇다고 죽지는 않아, 그런 정신의 일환으로 나는 몽골고비 울트라 마라톤을 창설해서 내리 6년째 뛰고 있다. 나는 이것을 모험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평범하게, 너무나도 평범하게 살아온 내 내면에 대한 조그만 반란으로 생각하며 그 반동을 즐기고 있다. 바지랑대에 쓸 요량으로 대나무 하나를 잘라 손으로 위아래를 훑어볼 때 반질반질 손바닥 안에 감촉되는 까칠한 턱 대나무 마디의 감촉처럼 그렇게, 그렇게 조금만 거칠어지고 싶었을 뿐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그런 것이 이렇게 큰 반향을 몰고 올 줄 몰랐다.

  초장거리 뜀꾼들은 몽골에 환호했다. 뾰족하니 솟아오른 나무 한 그루 없는 무한으로 너른 푸른 초원에, 풀 한포기 없는 스텝지에, 바람이 몰아다 쌓아놓은 믿기 어렵게 황홀한 모래산에, 우리 조국 대한민국에서는 결코 보지 못했던 기암괴석 산세에 환호했다. 하루도 못되는 불과 몇 시간의 말타기 체험, 말을 몰고 강물을 건널 때의 물튀김에 괴성을 질렀다. 식솔을 먹여 살릴 취사도구 몇 가지와 말과 양, 염소를 몰 장대와 채찍 하나로 살아가는 그들의 단순 삶으로 걸식하듯 호기심을 채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원없이 뛰고 싶다!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무한 초원을 끝까지 뛰고 싶다! 하루 왼종일, 아니 밤을 새우며 뛰고 싶다! 라는 꿈을 간직하며 살아온 우리 초장거리 뜀꾼들에게 몽골고비 울트라 마라톤 225km 대회는 바로 그 실현이었다. 그들은 적금을 들고 그걸 깨서 낙타의 선한 눈망울을 보고자 몇 년을 기다린 분들이시다. 오늘 여기 서 계신 분들이다.

  초라하지만 너무나도 고맙고 인간적인 동네 4인조 브라스 밴드의 출발 환영식이 있었다. 비가 흩뿌리고 있어 조금은 스산한 동네 조그만 학교 운동장이었다. 이미 삼 개월 이상 한 방울의 비가 없었던 메마른 스텝지에서 비는 하늘이 주는 축복이었다. 대한민국 울트라마라톤 원정대가 비를 몰고 와주어 고맙다고 했다. 그런 마음씀이 또 얼마나 고마울까?

  출발 환영식을 뒤로하고 우리와 몽골 현지 운영요원들을 태운 차량 10대는 200여 km 초원지대를 달리다가 멈췄다. 자, 이쯤에서 출발을 할까? 그런 것 같았다. 울트라 마라톤 출발지가 우리처럼 강변 둔치 주차장도 아니고, 어렵게 허가받은 코딱지만한 생태보존지역 내 운동장도 아니고 그냥 초원 한가운데다. 360도 지평선 한가운데다. 다시 말해서 울릉도 가는 페리선을 타고 한 시간 쯤 가다가 만나는 바다 한가운데라는 말씀이다. 여기가 오늘 달리는 대회 첫날 울트라 코스다.

  약 100km를 반지름으로 하는 기다란 밧줄을 한 바퀴 빙 돌려 만든 원 속에 우리들이 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몽골의 망망 대초원 메넹, 스텝지에 우리가 섰다. 누군가가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이 기막힌 정경을 찍으려 선 자리에서 360도 한 바퀴 돌며 말한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곳이 있다냐? 지루해서 어떻게 뛴다냐?

  그런 물음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현지 요원들은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별로 서두름이 없었다. 우리가 물었다. 언제 출발해요? 그러자 그 요원이 말했다. 지금 차가 앞으로 나가면서 500m 마다 깃발을 꽂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 깃발을 따라가면 됩니다. 깃발이 없으면 코스가 너무나 평평해서 어디로 가는지 몰라요. 그리고 자기 그림자 각도를 잘 지키며 뛰세요. 50km 제한시간 7시간 반입니다. 앞이 둥그런 지평선이어서 빨간 깃발의 끝은 보이지 않는 지평선 너머에 있었다. 겁이 났다. 그 때 어머니 말씀이 또 떠올랐다. 그래, 그렇게 뛰어봐, 아가야. 그렇다고 죽지는 않아..

... 계속

춘포
박복진
대한민국 뜀꾼신발 faab 마라톤화 대표




뭐시

뭐 그리 대단하다고 고작 돈내고 완주한 이야기를 이리저리 휘황찬란하게 적는 것인지~ 나는 마라톤 100번 완주했는데 그것도 다 적으리? 으이구~! 18.11.07
11:49:42



이 름
암 호

                    

 
 
 자유게시판 운영규정입니다  [6]  운영자(admin) 15.01.03 166 12544
9061    구간기록      기록 19.03.22 0 49
9060    동마 커플런(880)  [3]    번달사 19.03.22 1 443
9059    젊은 런너의 몰락  [4]    정상수 19.03.22 1 692
9058    에너지젤 질문  [2]    초보런너 19.03.22 2 460
9057    장경인대 부상  [1]    장경인대 19.03.21 1 265
9056    의병마라톤 접수기간 4월 7일까지로 수정해...  [1]    황송연 19.03.21 1 276
9055    이거야말로 "기적"이다  [10]    주랑 19.03.21 4 1142
9054    풀코스 러닝중 스페셜드링크  [6]    초보런너 19.03.20 1 854
9053    전마협과 작전세력..  [1]    마라토너 19.03.20 1 772
9052    서울동마 3:30페메 박천순님께 감사드립니다  [3]    최희우 19.03.20 1 852
9051    풀코스 완주하면 42만원 수당 주는 좋은 회사  [9]    좋은회사 19.03.20 2 1290
9050    동영상 저장방법?  [2]    왕초보 19.03.20 2 471
9049    동마때 한양대 120번 선수 누군가요??  [3]    귀염이 19.03.20 2 1039
9048    올 동마의 완주율은?  [1]    날개 19.03.20 2 705
9047    동마...순두부...  [10]    떡국 19.03.19 9 1005
9046    정운산 그는 누구인가?  [7]    운산 19.03.19 1 1231
9045    군산새만금마라톤 달려보신분중...  [7]    마라토너 19.03.19 1 627
9044    2019년 서울동아마라톤 사진(개인촬영)  [18]    정화국 19.03.19 1 982
9043    동마 시상기준이...  [1]    궁금이 19.03.19 2 419
9042    동아 마스터즈 탑10 음주 흡연여주조사  [4]    진로 kt&g 19.03.19 1 929
9041    한국 마라톤 처럼 마스터즈 기록이 과거에 비해 ...  [5]    달림이 19.03.19 1 803
9040    동아마라톤 마스터즈 시상금 너무 짠거 아닌가요  [4]    달림이 19.03.18 1 923
9039    0원 씨가 웬만한 달림이들보다 나은이유.  [1]    하룻강아 19.03.18 1 794
9038    동마 주로에서 생긴 일  [5]    번달사 19.03.18 3 1370

     
12345678910다음
       

marath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