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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평한 마라톤대회는?  
이정범 2018-10-11 06:23:51, 조회 : 790, 추천 : 1

           몸은 늙어가도 마음만은 늘 탱탱하게 빛나도록
                 -2018 금수산산악마라톤대회 노년부 2위

내가 2012년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금수산산악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이유는 꽤 많다.

우선 시상제도가 그 어느 마라톤대회보다도 공평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필드(평지)보다 산악에 강한 나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산악마라톤대회라는 점이다. 세 번째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60세 이상 노년부에서 단 한 번도 입상을 놓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네 번째는 수도권(잠실)에서 대회장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대회에 7년 계속 참가하는 이유는?
다섯 번째는 기념품에서 경기 후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대회 주최 측의 정성과 배려가 고루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는 셔틀버스를 타고 오가며 차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과 함께 대회장 주변에 펼쳐진 충주호를 두 눈에 담으며 마음껏 가을의 정취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는 경기 후에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말끔히 씻어 내릴 수 있는 샤워시설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대회 코스가 부드러운 흙길은 거의 없는 쇄석과 바위투성이의 상당히 거친 등산로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셔틀버스 비용과 함께 참가비를 내면서까지 내 하루를 이 대회에 즐거운 마음으로 자진 헌납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공평한 시상제도는 그 하나 만으로라도 나를 이 대회장으로 견인하는데 부족함이 조금도 없다. 이 대회와 관련된 여러 글에서 이미 밝힌 바 있지만 금수산산악마라톤대회는 밀양대회, 합천대회와 함께 종합 시상은 없고 오로지 연령대 시상만 있는, 시상제도 하나만 본다면 대한민국 수많은 마라톤대회에서 가장 진화된 마라톤대회다. 게다가 상금 또한 연령대 시상이 있는 그 어느 대회보다도 많은 편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공평한 시상제도 때문
2012년 이래 작년까지는 주로 25km 부문만 참가했다. 2013년도에 딱 한 번 13km부문에 참가하게 된 것은 2012년 25km 부문에 참가하여 노년부 1위를 했는데, 다음 해에 같은 종목에 출전하여 1위를 해도 상금을 주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2013년 13km 대회에서는 알바를 두 번씩이나 당하여 아깝게 우승을 놓치고 2위를 하였다.

올해 13km 부문에 다시 두 번째로 참가하게 된 것은 순전히 내 자발적인 동기 때문이었다. 작년 가을 25km 부문에 출전하여 너무 힘들고 위험하게 경기를 치렀기 때문이었다. 60대 종반에 접어든 나이에 따른 신체적 운동감각이나 능력을 감안할 때 아무래도 금수산 25km 코스를 계속 달리는 것은 조금쯤 무리이거나 무모한 도전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었다.

부드러운 흙길로 이루어진 육산이라면 그 몇 배 되는 거리도 충분히 달릴 수 있는 주력이 있지만, 이제 나이 칠십을 바로 앞에 두고 있는 나에게 25km 코스는 더 이상 매력적인 주로가 아니었다. 보다 안전한 코스에서 보다 안전하고 덜 힘들게 금수산을 누리고 싶었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나에게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많은 것을 안겨준 금수산을 오래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올해는 포장도로 5km, 비포장 산길 8km의 13km 부문에 참가
때문에 이 대회 13km 부문에 참가신청을 하며 나는 내 나름대로의 배수진을 쳤다. 13km 부문에서 5위 내에 입상을 하지 못하면 내년부터는 13km도 아예 포기를 하고, 100% 포장도로로 구성된 10km 자드락길 부문에 출전하기로….

이 번 대회 출전에 임하는 내 비장한 각오에 대하여 내 마라톤을 관장하는 신은 가상히 여겼던 모양이다. 노년부 2위란 선물을 줌으로서 앞으로 내가 13km 부문마저 포기할 수 있는 출구를 사전에 차단해버렸다. 어쩔 수 없이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내년에도 출전을 해야 될 처지에 놓였다.

이 번 대회도 매우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다. 13km 부문은 포장도로 끝부분이자 10km 자드락길 반환점이기도 한 5km 지점에서 어느 정도 순위가 가려져 있었다. 가파른 흙길로 접어들며 내 앞을 보니 서너 명의 주자가 앞서서 달리고 있는데 모두 젊은 주자였다.

      산길로 접어들며 피 말리는 접전
그들 주자를 열심히 따라가고 있는데, 좁은 산길로 접어든지 불과 몇 백 미터도 되지 않아 나보다 한 살이 많은 정*욱 선수가 나를 추월해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경기에 임했는데, 갑자기 긴장이 되며 정신이 팽팽해진다. 남은 거리에서 매우 불꽃 튀기는 접전이 펼쳐질 것 같다. 아무리 잘 아는 사이라도 지금은 승부의 세계에 있고 경쟁은 경쟁이니까….

정 선수의 추월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산악마라톤에 강한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요 근래 몇 년 동안 부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달리는 것을 보니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모양이다. 오르막길에서 거리를 조금씩 벌려나가는 걸 보니 과연 내가 오늘 정 선수를 추월해 먼저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을까 은근히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추격의 고삐는 늦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산악마라톤이건 평지 마라톤이건 몇 번 같이 참가한 대회에서 정 선수에게 앞 순위를 내 준 적은 없었기 때문에 추격전을 벌이다보면 어느 순간에 충분히 추월할 수 있으리라고 나약해지려는 내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며 격려했다.

     작은 동산(?)을 지나며 서너 명의 젊은 선수 추월
다행히 정선수와의 간격은 30m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급한 오르막길에서는 30m 까지 벌어지고 내리막이나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길에서는 불과 10m 이내로 간격이 좁혀졌다. 급한 경사의 오르막길에서는 정 선수가 나보다 강하고 내리막이나 약한 경사의 오르막에서는 내가 강하니 경기 종반 목장 삼거리를 지나 455봉을 지나서는 충분히 추월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해발 455m 마지막 큰 봉우리를 지나서는 완만한 경사의 능선 길과 급한 경사의 내리막길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 선수를 추격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정선수에게 추월당한지 5km가 넘도록 정선수는 좀체 추월할 수 있는 틈을 주지 않았다. 지금까지 수많은 대회에서 다른 선수와 경쟁을 벌였지만 이 번 대회처럼 오랜 시간 긴 거리를 추격했던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 유례가 없을 정도로 피 말리는 접전이었다. 추격하는 중간에 서너 명의 젊은 선수를 추월했지만 그들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연령대 순위를 가르는 경기에서 그들은 전혀 내 경쟁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455m봉(?)을 지날 때쯤 전체 11위로 달리고 있다는 낭보
455 봉을 지날 때쯤일까. 정선수를 바짝 뒤에서 쫓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올라오는 등산객이 정선수에게는 열 번째, 나에게는 열한 번째로 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전체에서 열한 번째니 정선수만 제치면 노년부 우승까지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등산객의 말에 고무되어 갑자기 몸에서 힘이 솟구치는 기분이다.

      
  455봉을 지나 급한 경사의 내리막 암릉 구간을 지나면서 피 말리는 접전은 끝났다. 추월하기 직전 한참동안 뒤에서 바라보는 정선수는 나를 추월할 때의 힘이 넘치는 그가 아니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에 피로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지만 나는 전혀 힘이 든다는 느낌이 없었다. 조금은 미안한 마음으로 암릉 구간에서 그를 추월하고 정선수의 발자국 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내리막 암릉 구간에서 정선수를 추월하며 전체 10위에 올라서다
하루 전에 태풍이 지나가서인지 주로는 물기를 잔뜩 머금어 여기저기 질척거렸고 돌이나 바위는 미끄러웠다.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미끄러져 나뒹굴기 십상이다. 달리는 한 발 한 발에 온통 신경이 곤두세워진다. 넘어지거나 발목을 삐끗하면 지난여름 쌓아올린 공든 탑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판이기 때문이다,

골인지점을 1km 정도 앞두고는 60도 정도 급한 경사의 내리막길. 오늘 대회의 그 어느 구간보다도 돌이나 바위가 많고, 특히 포장도로에 내려서기 직전 절벽에 가까운 바위는 물이 흐르고 있어 매우 위험하다. 밑에서 진행요원이 조심해서 내려오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자일을 잡고 천천히 하강 무사히 포장도로에 올라선다.

     1시간 27분 55초의 기록으로 골인
골인지점까지는 이제 200여 미터.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스퍼트를 한다. 스퍼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내게 아직도 힘차게 달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골인하며 시간을 보니 1시간 27분 55초가 걸렸다. 경기 중간에 넘어지지도 않고 알바도 없이 시종일관 파워풀하게 최선을 다한 완벽한 경기였다.

사실 오늘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경기 후의 샤워였다. 산악마라톤 경기 동안은 내내 호흡이 거칠어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리거나 빨리 걸어야하기 때문에 평지에서 경기를 할 때처럼 마라톤을 즐길 여유가 없다. 경기가 끝나야 긴장이 풀리면서 무사히 완주했다는 성취감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시원한 샤워는 이번 마라톤의 백미
특히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시원한 물로 씻어낼 때의 그 짜릿한 청량감은 알탕을 즐기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행복감이다. 대회 주최 측이 마련해놓은 임시 샤워장에 들어가니 천정 가까이에 세 개의 샤워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수압이 워낙 세서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십 갈래의 물줄기는 맹렬한 속도로 떨어지는 폭포수 같았다. 비누 없이 1분만 샤워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줄기 세례를 받아도 깨끗이 세척이 될 정도였다.

샤워 후 뭐니 뭐니 해도 제일 궁금한 것은 연령대 입상자 발표. 대회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쇠고기 국밥을 막걸리 한 병과 함께 먹고 대회장 시상무대 쪽으로 가 명단을 확인하니 애석하게도(?) 60세 이상 노년부 2위다. 내 앞에 들어온 선수 중에 60대 선수가 한 명 있었던 것이다. 이름과 기록을 확인하니 이*현 선수로 1시간 16분대 기록이다. 요 근래 60대에 진입하며 하프를 1시간 18분에서 19분대(?)로 달린바 있는 준족 중의 준족이다. 워낙 출중한 주력을 가진 선수라 노년부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만약 이 선수가 25km에 출전했다면 내가 13km 부문 1위를 차지할 수도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아쉽게 노년부 2위
이*현 선수와 같은 나이였던 5년 전 나 역시 13km 부문에 출전하여 두 번의 알바에도 불구하고 1시간 23분대로 2위를 했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5년 전보다 더 박진감 있게  알바 없이 완벽할 정도로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1시간 27분대를 기록했으니 늙어가는 몸은 어쩔 수 없다.

어쨌든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 늙어가는 몸을 기록으로 확인하는 것은 별로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육체적 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지속적인 열정과 단련으로 늙어가는 속도를 더디게 늦추는 수밖에… 특히 늙어가는 몸이야 어쩔 수 없더라도 마음이나 정신은 늘 탱탱하게 유지하며 반짝반짝 투명하게 빛날 수 있도록 매일매일 치열하게 갈고 닦아야 할 것이다.




장병권

이정범 형님!!!
현장 생중계 보는 착각이 들정도로 실감나게 읽었습니다...
60대 후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기록으로 2위 입상을 축하드립니다...
18.10.11
08:45:16





어느정도 뛰는 분들은 상금을 염두에두고 뛰는구만이요....
난 그냥 아무생각없이 뛰는데....
18.10.11
09:32:57




자화자찬

글을 읽다보니 문득 어떤 xxx랑 똑같은 생각이 드는군요 벼는 익을수록 머리를 숙이는 법인데 이글을 읽다보면 나이드셨는데 상금 타령 본인좋은 대로 해석하고 ㅎㅎ 이제는 상금 타령 좀 안했으면 그 놈 에 상금이 뭔지 ^^ 18.10.11
10:05:47




달림이

다른대회도 다 공정해요 다만 몇몇 분들이 뮨제죠. . 내로남불
제목보면 오해하겠습니다.
18.10.11
10:52:47




또시작

한동안 연령대별 시상 이야기가 없더니만 또 시작하셨네요. 그거좀 뛰는데 무슨 피말리는 접전 운운하며 자화자찬!
각 나이별로 하고 월별로 하면 더 공정하겠습니다그려.
저도 60대 중반이지만 위에 50대님 말씀처럼...이런 글이 젊은이들에게부끄럽습니다.
18.10.11
11:35:37




청년부

참 좋기도 하겄쏘!- 부럽구랴. 18.10.11
11:56:32




탱탱

글 말미에...정신이 늘 탱탱하게요????
**탱이 냄새가 찐하게 납니다.
18.10.11
13:35:21




조아라

글 솜씨도 좋고 달리기 솜씨는 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
대단한 정신과 건강한 육체를 지닌 것 같아요.
부럽습니다.
18.10.11
16:37:47




꽈배기

왜 이렇게 비비꼬인 사람들이 많지?
그냥 축하합니다라고하면 나도 좋고 글쓴이도 좋은데~~
꼬인다 꼬여
18.10.11
17:24:56




내로남*

얼마전 서브3 도전자들을 그리
궤변으로 폄하시더니...
상금 몇푼에 아주 개거품을 물고
뛰셨네요..ㅎㅎ

달리기는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뛰어야만 성취감도 있고
뛸맛이 큰겁니다.

본인이 김일* 님이나
예전 김진* 님처럼
서브3 할수 있으면 아마
목숨도 걸 양반이
18.10.12
12:09:13




안전우선

일단 금수산마라톤 훌륭합니다 능선 암릉구간 너무 위험합니다 이제껏(22번) 사고 없었던게 다행입니다 스릴은 있겠지만 현재 대비책으로 부족합니다 조그만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꼭 보완하길 바랍니다
내 고향 제천이기에 더욱 애정이 가는 대회에 더 많은 분들게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18.10.15
09:27:14



이 름
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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