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이 안겨주는 별미
이 정 범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 마라톤대회가 거의 없어서
지난 여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20km이상 달린 적이 없었다
내 몸에 장거리 달리기 능력이 얼마나 보존되어 있는지 확인할 겸
오늘 크게 마음먹고 산에서 3시간 20분 동안 달렸다
내가 사는 위례신도시에서 산줄기를 타고
하남시와 광주시의 경계인 은고개를 갔다 오는 것이었다
중간에 단 한 번도 앉아 쉬지 않고 계속 달렸는데도
큰 어려움 없이 훈련을 소화할 수 있었다
소규모 산악마라톤대회에도 참가하지 않았지만
집 주변 창곡천과 휴먼링과 청량산 줄기 능선에서
꾸준히 달려준 덕분이었다
장거리 강훈련 후 저녁에 마시는 막걸리는
그렇게 맛이 있을 수 없었다
목구멍을 타고 느린 속도로 뱃속에 흘러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입 안에 넣자 마자 진공의 뱃속이 순식간에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오랜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논에
도랑물이 흘러들어가듯이
격렬한 것이 오래 내 몸을 통과하면
내 몸 안의 세포도 그렇게 쩍쩍 갈라지며 진공이 생기는 모양이다
내 몸은
입에서 단 내가 날 정도로 한계 가까이 나를 전진시킬 때
나에게 최고의 맛을 선사한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맛은 주어지는 것이지만
나 홀로 특별히 느끼는 별미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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