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엘리우드 킵초게論
작성자 : 이정범
                       엘리우드 킵초게論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날씨도 완벽했고, 페이스메이커도 완벽했고, 무엇보다 주인공인 킵초게의 컨디션도 완벽했던 것 같다. 이날 이벤트를 위해 특별히 제작되었다는 킵초게의 나이키 신발도 완벽했던 것 같다. 1시간 59분 40초란 마라톤기록이 보여주듯이 킵초게의 완벽한 레이스를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이 온 지구적이고, 온 우주적으로 완벽하게 작동되었던 같다.

킵초게는 인류역사가 배출한 마라토너 중 가장 완벽하고 가장 위대한 러너임이 입증되었다. 그에게 가장 위대한 마라토너란 호칭을 붙여줄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가 단순히 가장 빠른 기록으로 풀코스를 달렸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달리는 주력 못지않게 정신적인 내공도 원숙한 경지에 도달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년 전 옥스퍼드 대학에서의 특강, 이번 2시간 벽 돌파 후 가진 인터뷰에서의 답변 내용을 들어보면, 그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지적인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풀코스 경기에 출전한 이후 그가 보여준 성적을 보면 가히 경이적이다. 브라질 리우올림픽뿐만 아니라 베를린, 런던, 시카고 같은 세계 메이저급 마라톤대회에 출전하여, 2013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단 한 번만 2위를 하며 킵상에게 우승을 내주고 나머지 경기는 모두 우승하는 엄청난 저력을 보여주었다.  

자기 자신의 육체뿐만 아니라 본인의 감정과 욕망 및 사유체계 같은 정신세계까지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지 않으면 도저히 일궈낼 수 없는 성적이고 기록이다. 자기 자신의 육체뿐만이 아니라, 그의 내면까지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을 정도로 자기 규율도 거의 완벽한 경지에 이른 것 같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사물이나 상황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번뜩인다. 상당히 높은 지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표현들이다. 그의 얼굴 표정이나 특히 눈만 바라봐도 자기 자신과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깊은 시선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내게는 ‘2시간 벽 돌파’ 이벤트가 열렸던 오스트리아 빈도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마라톤 강국도 아닌 유럽 대륙의 한 국가에서, 그것도 오로지 아프리카 대륙 케냐의 킵초게 선수 하나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달린 獨走를 지켜보기 위해 연도에 늘어서서 박수를 보내준 2만 관중은 몹시 부러운 풍경이었다.

또한 223억의 경비를 들여 세기적인 이벤트를 기획하고 연출한 영국의 한 기업도 부러웠다. 마라톤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함께 킵초게에 대한 깊은 신뢰가 없으면 감히 그 같은 이벤트를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킵초게의 행보는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이번에 ‘마라톤 2시간 벽 돌파’는 목표달성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최상(?)의 주로에서 41명이나 되는 최상의 페이스메이커를 동원하여 교대로 5명씩 앞세우고 바람의 저항을 최대한 줄이며 일궈낸 비공식적인 기록이므로, 향후에는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메이저급 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돌파에 재차 도전하리라 예측된다.

아마 그 메이저 마라톤대회는 코스가 가장 평탄하여 기록도 가장 잘 나오는 베를린 마라톤대회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얼마 전에 거행된 베를린 마라톤에서 킵초게의 세계기록에 2초 뒤진 2시간 1분 41초의 기록으로 우승한 베켈레와 함께, 둘이 최상의 준비를 하여 최고의 날씨에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쟁한다면 2시간 돌파도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그는 언제까지 마라톤을 계속할지 모르지만, 은퇴하더라도 세계육상 발전을 위해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30대 중반(3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만한 지도자의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마라톤을 즐기는 마라톤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가장 위대한 마라토너와 한 시대를 같이 한다는 것은 행운이고 축복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