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렸다
산비탈에 있는 농원으로 나가서 농자재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오늘약속이 생각났다.
시계를 보니
걸어서 가긴 틀렸고 버스를 타야할 것 같다.
대충 정리하고 나섰다.
정유장 2백미터 전 쯤에서 뒤를 돌아보니..
어라?
저뒤에 버스가 달려오네.
이 차 놓치면 안되는데...
얼릉 계산을 했다.
내 주속(走速)이 시속18km이니
2백미터면 40초
5백미터 뒤에 있는 버스의 시속이 60km면
합이 7백미터를 몇초에?... 대략42초?
옳거니!.. 가능하다!
냅다 뛰었다.
헉헉
50미터만 더뛰면 된다!.. 헉헉
바로 이 때
버스가 옆을 홱~하니 지나간다.
아뿔싸!.. 놓쳤네!
잉?
버스가 몇발짝 앞에서 섰네그려~
하이고~ 고맙십니더!... 헉헉
할아버지가 달리니까
서 준겁니다.
아무튼,
고맙네유~
교통카드를 찍고 앞자리에 앉았다.
아이고 숨차!
버스가 출발하자
뒷좌석에 앉은
두 할마이가 뭐라고 주고받는 말이 들린다.
저렇게 늙은 할아바이가 우째저리 잘달리노?
나이가 90은 돼보이는데...
니 모르나?
몇 년 전에
마라톤대회 테레비에 나왔던 그 할아바이구만!
나이 그렇게 안많데이!
그래도
팔십은 넘었을낀데..
앙이다!
팔십 안된다 카더라
팔십이야 되겠지!
앙이다!
그러는 사이
새터정유장에 다왔다.
내리면서
속으로 중얼거려본다.
수염을 깎을까?.. 말까?.. 깎을까?,, 말까?..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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